AI 디자인 : 디자이너는 사라질까?
대 AI 시대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세상은 아주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있다. AI가 영향을 미치는 분야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사람들이 가장 큰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분야는 아무래도 예술일 것이다. 과학기술이 발전하더라도 간섭받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되었던 예술 분야에 AI가 들어온 것은 사람들을 놀라게 하기에 충분했다. 예술 중에서도 음악과 디자인 분야에 대한 관심과 걱정이 아주 많은 편인데, AI 작곡이나 AI 디자인 퀄리티가 생각보다 괜찮기 때문인 것 같다. 그렇다면 AI 디자인 기술의 발전으로 디자이너들은 일자리를 잃고 사라지게 되는 걸까?
더 이상 지식의 양과 속도가 중요하지 않아진 시대
나는 공대를 졸업하고 디자인 대학원에 온 지 1학기 밖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디자인에 대해서 아는 것은 거의 없다는 소리다. 그렇기에 이 글에서는 디자인 분야에 대한 분석이 아닌 AI가 이끄는 패러다임의 특성을 바탕으로 논리를 전개할 생각이다. 내가 어릴 때만 해도 그렇게 오래 전은 아니지만 암산을 잘하고 셈이 빠른 사람, 영어 단어를 많이 알고 있는 사람은 높은 평가를 받았다.(나 또한 이런 흐름 덕분에 이득을 많이 본 케이스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 때로부터 10년이 넘게 지난 지금은 지식의 양이나 프로세스의 속도의 중요도가 많이 떨어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아는 것이 많고 일처리가 빠른 사람들은 어딜 가던 가치가 있지만 그게 전부가 아니게 되었다는 뜻이다.
인터넷의 발전 - 지식 습득의 편리화
지식의 양이 가지는 가치가 줄어든 것은 인터넷의 발전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접속할 수 있는 인터넷은 약간의 타이핑과 클릭 몇 번이면 내가 원하는 정보를 제공한다. 물론 이런 편의성 때문에 가짜 뉴스나 질이 낮은 부정확한 정보들이 돌아다니는 부작용이 있지만 긍정적인 부분도 크다.
위의 그림은 인터넷의 도움 없이 정보를 얻는 방법을 설명한 것이다. 예를 들어 ‘뉴턴 제 1법칙이 뭐지?’라는 질문이 생겼을 때 해답을 얻기 위한 절차를 알아보자. 우선 도서관에 방문하여 사서 분께 고전역학 도서 위치를 물어보고, 적절한 도서를 선택 후 열람하여 내가 궁금한 부분을 찾아 정보를 습득한다.
과거에는 직접 도서관까지 가서, 책의 위치를 찾고, 여러 책들 중에 도움이 될만한 것들을 선정해서 읽어야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요즘은 궁금한 내용이 생기면 그냥 인터넷에 해당 내용을 검색하면 된다. 부정확한 정보가 너무 많아서 걱정된다면 chat-gpt를 이용하면 어느 정도 선별된 것들만 열람할 수도 있다.즉, 이제는 알고자 하는 의지만 있다면 너무나 편리하고 빠르게 정보를 얻을 수 있다. 고로 지식이 풍부한 것은 여전히 장점이지만, AI와 인터넷이라는 무기를 통해 쉽게 따라잡을 수 있다.
컴퓨터와 프로그래밍의 발전 - 프로세스 시간의 단축
지식 뿐만 아니라 일처리를 빠르게 하는 것 또한 컴퓨터의 힘을 빌리기 쉬워졌다. 애초에 컴퓨터는 계산기로부터 시작되어 발전된 형태인 만큼 사람이 수작업으로 정확하고 빠르게 계산할 필요성이 줄었다. 물론 기초 수학과 과학을 학습하고 활용하는 것은 새로운 발견과 발명의 토대가 되는 만큼 필수 불가결하다. 하지만 더 이상 계산을 빠르고 정확하게 하는 사람이 그러지 못한 사람보다 뛰어나다고 보기는 어려워졌다.
AI 디자인 : AI가 예술 분야에 사용된다고?
위의 내용까지는 어떻게 보면 당연한, 많은 사람들이 체감하고 있을 변화이다. 그러나 AI가 사람들에게 폭발적인 관심을 끌게 된 건 예술 분야에 이용되기 시작하면서부터다.
위 그림은 이미지 생성 AI를 통해 내가 방금 10초만에 그려낸 그림이다. 아날로그 손목시계의 모습을 그리고 싶었고, 해당 내용으로 명령을 내려서 이미지를 얻어냈다. 내가 사용한 AI 툴은 playground ai로 무료 버전이며 모두가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인공지능이다. 물론 아직 내가 원하는 이미지를 완벽하게 가져다 주지는 못하지만 가장 보급형 버전이 이정도 수준이라는 것은 놀랍다. 현재 개발되고 있는 다른 AI 디자인 툴이나 유료 버전의 고급화 모델들은 어디까지 생성이 가능한지 가늠하기도 어렵다.
이러한 시각과 걱정은 나만의 것이 아니다. 현 시대를 대표하는 인공지능인 OpenAI에서 만든 영상 편집 프로그램인 소라는 공개와 동시에 세상을 뒤집어놓았다. 오픈AI의 발표에 따르면 문자 기반 영상 생성 모델인 소라는 최대 1분 길이 영상을 빠르게 제작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퀄리티도 상당한 편이라 실제 촬영물인지 가늠하기 어렵다는 평이 있었고, 광고/영상 업계에서는 놀라움과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AI의 파급력이 어마어마하다는 것은 어도비의 주가가 증명했다. 해당 발표 직후 이미지-영상 편집 업계에서 규모가 가장 큰 기업인 어도비의 주가는 5일 내내 하락하여 총 10% 이상 떨어졌다.
그래서 디자인 업계는 이제 망했나요?
가장 중요한 질문이다. 그래서 AI가 무서운, 아니 미친 속도로 성장하고 있으니 디자인 업계는 끝장난걸까? 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공대 그만 두고 디자인 대학원 왔겠지. 우선 이해해야 할 것은 공학 계열의 대부분(모든)의 사람들은 다른 분야를 무너뜨릴 생각이 없다. 본인의 연구의 목적과 동기가 예술가와 디자이너를 실직시키기 위함인 사람은 없다고 봐도 좋다.
그럼 왜 AI 디자인, 미술, 음악을 자꾸 시도하는건데요?
나는 현재 여러 연구를 통해 AI가 발전하면 할 때마다 계속해서 예술 분야에 접목시키는 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첫 번째로 공학은 활용성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자연계나 수학과 다르게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것이 목적인 학문이니까. 테슬라가 거의 종교적 인기를 끌던 2020년부터 1~2년간 가장 뜨거웠던 키워드는 아마도 전기차와 자율 주행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첨단 기술에 관심이 적은 일반인들의 입장에서 자율 주행은 신기하고 대단한 수준이지 충격적이지는 않았다. 아는 사람 눈에만 보이는 기술은 큰 인기나 수입으로 직결되기는 어렵다. 자기들끼리만 열광하니까.
그래서 AI를 연구하는 사람들은 생각했을 것이다. 어떡하면 대중들에게 AI 기술을 각인시킬 수 있을까? 정답은 생각보다 쉽다. 사람들이 절대 해내지 못할 것이라고 은연 중에 강하게 믿고 있는 분야에 써먹어 보는 거다. 내가 초등학교를 다니던 시절에는 달리기가 가능한 아시모와 계단 오르기가 가능한 휴보의 경쟁이 뜨거웠다. 나를 포함한 많은 과학 꿈나무들이 로봇 공학에 열광했고, 10년 후에는 얼마나 뛰어난 로봇이 만들어질까 기대가 컸다. 반면 그 당시 인공지능은 영화에서나 나왔고, 음성 인식조차 힘겨웠을 정도로 관심이나 기대가 크지 않았다. 그리고 거의 모든 사람들이 말하길, 인공지능은 아무리 발전해도 인간의 창의성이 필요한 예술 분야를 침범할 수 없다고 했다.
하지만 그 누구도 미래를 예상할 수 없듯이, 인공지능은 작곡도 하고 그림도 그리기 시작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전공과 나이를 막론하고 모든 사람들은 충격을 받았고 AI 기술은 사람들의 머리 속에 강하게 각인되었다.
두 번째 이유는 ‘할 수 있기 때문이다’.
AI를 개발하고 열심히 학습시키다 보니 분명 얘가 작곡을 할 수 있을까? 이미지를 생성시킬 수 있을까? 궁금했던 사람들이 있었을 거다. 그리고 시켜보니까 가능성이 보였을 거다. 그렇게 계속 발전시킨 결과 현재의 AI처럼 유의미한 결과를 얻었을 것이다. 마침 대중들에게 홍보하기 좋은 이벤트가 있는데 심지어 그게 기술적으로 가능하다면 안할 이유가 있었을까.
시키는 것을 하는 사람은 도태될 것이다
이 글의 결론으로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시키는 것을 하는 사람은 결국 도태될 것이라는 이야기다. 디자인 분야를 떠나서 모든 분야에서 이런 현상들이 공통적으로 일어날 것으로 나는 예측하고 있다. AI의 큰 강점은 인터넷에 있는 폭넓은 지식을 바탕으로 우리가 시킨 일을 빠르고 정확하게 처리한다는 것이다. 현재 상용화된 모델인 Chat-gpt 4의 IQ는 150이 넘는데, 이는 인간 기준으로 상위 0.1% 이상에 해당한다. AI가 온전히 이해할 수 있는 메뉴얼이 주어진다면 지구의 그 어떤 인간도 AI보다 효율적으로 프로세스를 처리할 수 없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프로세스를 실행하는 사람이 아니라, 프로세스를 설계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내가 어떤 모델을 구상하고 과정을 계획했다면 그때부터 AI는 나의 경쟁자가 아닌 도구가 된다. 예전에는 아무리 기발한 생각이나 창의적인 아이템을 떠올려내도 내 기술과 지식의 한계로 좌절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이제부터는 그 반대가 될 것이다. 아무리 나의 기술이 뛰어나도 나만의 생각과 방법이 없다면 AI로 대체되고 말 것이니까. ‘디자인’은 ‘계획’이라고 하더라. 계획만 세우고 나면 AI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시대에서 디자이너는 오히려 강력한 직업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