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디프로필 도전기

2022년 10월 5일부터 12월 21일까지 준비하고 22일에 촬영한 바디프로필 후기.

목차

계기

22년 초에 전역 후 복학하여 1학기를 보내면서, 많은 생각들을 했다.
디자인에 흥미가 생기면서 진로에 대해서도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고, 여름 방학때는 공모전도 나가보았다.
22년 2학기는 내 대학생활의 7번째 학기여서 졸업 논문을 시작해야 했는데, 전역 전에 인턴을 하던 랩실이 사라져서 새로 컨택을 해야 했다.
하지만 1학기 중에는 너무 바빴고, 종강하고 나서도 공모전을 준비하고 유리공예 수업을 들으며 자취를 시작하느라 결국 컨택을 하지 못했다.
2학기 개강이 얼마 남지 않았을 시점에서도 랩실을 정하지 못했고, 1학기에 너무 열심히 살기도 했으니 스스로에게 휴식을 줄 겸 휴학을 결정했다.
휴학을 결정한 후  9월 초에 마지막 유리공예 수업이 끝났다.
다양한 것들을 해보고 배우던 시절에는 하루하루가 즐겁고 뿌듯했지만, 스테인드 글라스 수업이 끝나자 무기력한 상태에 빠지고 말았다.
매일 일어나서 잘때까지 운동하는 1~2시간을 제외하고는 모두 게임을 하거나 유튜브를 보면서 시간을 죽였다.
식단도 그만두고 배달음식을 자주 시켜먹었던 것 같다.
살이 1kg 정도 찐 것은 큰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매일매일 목표와 의욕없이 살아간다는 것이 너무 싫었다.
열심히 준비할만한 목표를 세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고민 끝에 바디프로필 촬영을 결정했다.

상담 및 계획


바디프로필 촬영을 결정하고 나서, 이전까지 계속 PT를 맡아주신 트레이너 선생님께 연락을 드렸다.

22년 3월부터 30회동안 PT를 받았는데, 수업 스타일이 잘 맞고 친절하셔서 이번에도 잘 이끌어 주실 것 같았다.

선생님께 바디프로필을 찍어볼 계획이라 상담이 가능할 지 여쭤보았는데, 매우 좋아하셨다.

PT 선생님 상담

PT 수업 시간이 아니였음에도 불구하고 비는 시간에 약 1시간동안 상담을 해 주셨다.
내가 생각하고 있는 일정에 맞게 운동강도와 식단을 설정해 주셨고, 당장 내일부터 준비에 들어가기로 했다.
결론은 주 6회, 하루 2회 운동이었다.
일주일 중 일요일을 제외한 6일 동안 운동을 하고 각 날별로 오전에는 웨이트+수영을, 오후에는 웨이트+유산소를 하기로 했다.
살면서 하루에 운동을 두 번이나 해본 적이 없고 웨이트와 유산소를 묶어서 두 번 해본 적은 더더욱 없기에 이게 가능한 루틴인가 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선생님께서는 충분히 가능하다며 조금만 적응하면 거뜬할 거라고 하셨다.

직접 짜주신 운동+식단표

시작~초반

초반 소감을 요약하자면 생전 처음 해보는 운동량이었다.

전날 12시 이후에 한 운동이 포함된 것이기는 하지만 하루에 1000kcal 이상 운동으로 소모하게 되는 운동 강도였다.

하루에 2번 운동을 한다는게 확실히 힘들기는 했지만, 초반부라 힘과 열정이 가득하여 별로 힘들지 않았다.

선생님께서 말씀하신 루틴대로 운동을 충실하게 시행했고, 몸무게가 많이 줄어든 것이 느껴졌다.

눈바디의 변화는 상당히 만족스러웠으나, 인바디 결과는 좋지 않았다.

체지방이 2주동안 무려 1.1kg나 빠지긴 했지만, 골격근도 덩달아 1.2kg나 빠져버렸기 때문이다.

애플워치 피트니스
10월 8일 운동량
10-05
10-12
10-19

바로 트레이너 선생님께 SOS를 쳤고, 선생님께서는 운동 강도에 비해 탄수화물 섭취량이 부족한 것 같다고 밥 양을 늘리라고 하셨다.

원래 한 끼당 200g씩 먹던 밥을 250g으로 늘렸고, 그렇게 1주일이 또 지나갔다.

결과는 아주 성공적이었다. 탄수화물 양을 늘리고 운동을 열심히 했더니 골격근량은 0.9kg나 오르고 체지방은 오히려 0.6kg가 빠졌다.

이때 상체 전면 눈바디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사진도 얻게 되었다.

최애사진
최애사진

고비

탄수화물을 양을 늘린 이후, 내 바디프로필은 순항중인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사진을 보면 예상할 수 있듯이 입이 터졌다. 그런데 정말 최악인 방향으로 터졌다.

어느 날과 다름 없이 아침 오전 운동을 갔는데 일어났을 때부터 있던 감기기운이 점점 심해지면서 
운동을 진행하기가 힘들었고 더 이상 진행이 힘들 것 같아 빠르게 마무리를 하고 집에 갔다.
 
이때 병원을 가거나, 그냥 쉬기만 했어도 괜찮았겠지만…
하루 쉬는 김에 오랜만에 음식을 든든하게 먹자는 잘못된 생각으로 인스턴트 음식을 시켜버렸다.

무려 꼬브라꼬 한 마리와 난타 5000 피자 한 판을 하루에 다 먹는 기염을 토했다.

왼쪽의 인바디는 그 폭식 다음 날에 찍은 것인데, 결과가 비정상적으로 좋게 나온 이유는 
갑자기 탄수화물을 때려넣어서 그렇다.

결국 감기몸살로 끝날 수도 있었던 일이 장염까지 이어졌고, 일주일간 운동은 커녕 밥도 못 먹고 죽만 먹어야 했다.

일주일 뒤 겨우 회복하고 찍은 인바디에서 골격근 1.1kg을 고스란히 반납하고 말았다.

덤으로 선생님께서 이 사실을 아시고 상당히 속상해하셨는데, 
아직도 의문인게 왜 그때 선생님께 말씀드릴 생각을 못했을까?

그냥 너무 힘들고 아프니까 마음이 나태해져서 피자랑 치킨을 먹고 싶었던 듯

입이 터지고 먹은 피자
속상해하시는 선생님

다시 일어서기

번 입이 잘못 터졌다가 장염까지 걸려서 고생한 이후에는 폭식을 계속해서 경계했다.
장 건강도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어 유산균도 매일 먹기 시작했다.
그렇게 다시 운동에 열중했고, 바디프로필 전 마지막 약속인 KAIST 스타디움도 무사히 잘 다녀왔다.
11월 23일부터 12월 14일까지의 인바디 결과를 보면 골격근량은 거의 변화가 없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때부터 본격적인 커팅에 들어갔기 때문인데, 더 이상 근육량을 늘리기보다 체지방을 걷어내는데 집중하기 시작했다.
밥 양도 200g으로 다시 줄였고, 운동 강도는 최대한 유지하도록 신경썼다.
솔직히 80일 정도 바디프로필을 준비하면서 근육이 늘어가고 살이 빠지는게 잘 느껴졌던 초반부는 괜찮았지만
식사량을 줄이면서 계속 강도를 유지하면서 체지방을 뺐던 마지막 3주가 정말 힘들었던 것 같다.
촬영 전날인 21일에는 사실상 진짜 근육과 뼈만 남은 상태였다. 인바디도 밴딩 로딩을 거치면서 체지방률이 6.4%까지 빠졌다.

11-09
11-23
12-07
11-30
12-14
12-22

결과물

첫 번째 컨셉은 공대생이었다. 바디프로필 촬영을 결심하고 가장 먼저 떠올렸던 컨셉이었다.
내 현재 신분인 공과대학 재학생 답게 전공책과 숙제 종이, 계산기 등등을 소품으로 매치하면 재밌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작 촬영일이 되었을 때에는 생각보다 소품이 빈약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작가님께서 책상과 머그컵, 에어맥 등을 준비해주신 덕에
마음에 드는 사진이 완성됐다.

공대생 컨셉 1
공대생 컨셉 2

두 번째 컨셉은 정하기까지 시간이 조금 걸렸다. 첫 번째 컨셉인 공대생이 실내를 상징하기 때문에 좀 아웃도어한 느낌의 컨셉을 원했다.
의상이나 배경도 밝은 첫 컨셉과 대비되게 어둡게 하고 싶었다.
이 시기에 닥터마틴 부츠를 정말 좋아하고 잘 신고 다녔기에, 카고바지와 닥터마틴 부츠를 매치해서 찍었다.

닥터마틴 컨셉 1
닥터마틴 컨셉 2

촬영이 끝나고...

지금 이 글을 쓰는 시점은 촬영이 끝나고 정확히 두 달이 지난 23년 2월 22일이다.
촬영 당일부터 거의 한 달간은 주체할 수 없는 식욕 때문에 정말 고생을 했던 것 같다.
살도 많이 쪘고, 인생 최고 체지방률도 달성했다. 진짜 이러다가 한없이 먹게 되는게 아닐까 두려워질 때쯤, 식욕이 정상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추운 날씨와 목표 달성 후 찾아오는 무료함, 그리고 취미생활을 위한 불규칙한 생활패턴 때문에 몸은 좋아지지 않았다.
남들이 이야기하던 바디프로필 휴유증이라는 것을 나도 겪는구나 싶었고, 지난 날의 운동 기록들과 바디프로필 사진을 돌아보았다.
한철 사진으로 끝나선 안된다는 생각이 들었고, 마음을 강하게 먹고 다시 식단과 운동을 시작했다.
또 각종 핑계들로 언제 이 마음이 꺾여버릴 지는 모르지만 한 가지 중요한 것은,
그 당시에는 느끼지 못했지만, 지나고 보니 열심히 운동하던 시절의 나는 멋졌고 몸은 조각같이 아름다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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